google-site-verification=wGF1zSWnzDt0IwTFmdMRaGcYwOlZMV7nQGxy0zU-8WM 뵈뵈아줌마의 만화일기 : 나르시시스트와 손절한 썰(나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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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뵈아줌마의 슬기로운 하루일기

뵈뵈아줌마의 만화일기 : 나르시시스트와 손절한 썰(나르시스트)

by 와이즈다이어리(뵈뵈아줌마의 만화일기, 경제와 생활꿀팁)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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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ediary 블로그 첫화면

2025년 4월 22일, 흐리고 비

비오는-거리-우산-엄마-용기-자존감-만화일기-당당함-메시지-블로그-썸네일

 

오늘은 비가 제법 쏟아진다.
특별히 날씨를 가리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어릴 때부터 비, 천둥과 번개, 폭우를 좋아했다. 
비가 와서 그런가  마음이 느슨해지고 빗소리에 생각의 흐름 따라 묵은 기억 하나가 “띵!” 하고 열렸다. 그것도 꽤 진한 기억 하나가.

 

몇 해 전, 남편이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A국에 머물렀던 시절.
그곳에서 나는 ‘비’… 아니, 그냥 B라고 하자.
비도 많이 오니, 코드명으로도 괜찮다.

B는 유머감각이 넘치고 정 많은 다둥이 엄마였다.
외동아들을 키우던 입장에서  그녀는 뭔가 넉넉하고 성숙해 보였다. 게다가 나보다 두 살 많았다.
이 모든 조합이 ‘착한 언니상’을 완성했고, 우리는 같은 동네에서 운동도 같이 하고, 놀러도 같이 다니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년쯤 지났을까.
어느 날부터 이상했다.
돌아보면 이상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대화의 90%가 남 얘기였다.
근데 그 남 얘기가, 그냥 안부나 소식이 아니라 해부였다.
그 누구라도, B의 아이들에게 지극히 주관적인 피해(?)를 주는 순간, 그 엄마들은 즉시 B의 관찰 리스트에 등재되었다.
그리고 그 관찰은 대부분 ‘어떻게든 흠을 잡아 험담으로 승화시키기’로 끝났다.
잘 사는 집이면? “남편이 밖에서 뭘 하겠어.”
아이 성적이 좋다? “엄청 밀어붙이더라, 안쓰러워~”
남편이 다정하다? “그런 집이 더 위험한 거 몰라?”


그리고 어느 순간, 나에게도 그 관심과 탐색의 눈빛이 오기 시작했다.
“아, 그 얘기 들었어? 사실 나도 걱정돼서…”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는 내 아이에 대한 소문을 ‘위로하는 척’ 전해주기 시작했다.
“사실 그런 말이 돌긴 해. 근데 난 믿지는 않아 …그런데 혹시 사실이야?”
이쯤 되면 걱정이 아니라 기자다. 내 입장에서 보면 탐사보도 수준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해명하고 설명하느라 바빴다.
그러다 문득, 이게 뭐지? 내가 왜 해명하고 있지?
그러면서 심하게 회의감이 밀려왔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그때부터 B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패턴이 있었다.
항상 외로운 사람, 소외된 사람, 주변에 방어막 없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그 사람을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껴안다가,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파헤치고 분석하고 입으로 조각낸다.


그리고 깨달았다.
B는 ‘나를 신뢰해서 나에게 말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위안으로, 존재이유로 삼는 사람이었다.
남 얘기 없으면 자신이 무너지는 사람.
그녀의 남편은 유능한 대기업 직원이었고 사람도 좋았다. B는 소위 말하는 스펙도 출중한 편이었다. 
외부 시선으로는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었지만,

B의 말들 사이사이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비어 있었고,
그 공백을 타인의 상처로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 결심했다.
“아, 이 사람은 옆에 두면 안 되겠다. 조금 외롭더라도, 과감히 손절하자.”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
그 안에는 웃음도 있었고, 추억도 있었고, 나름의 우정도 있었다.
함께 걷고, 함께 울고,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며 늦은 오후를 함께 보낸 날들도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더 이상 B의 감정노예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내 정신은 내가 지켜야 한다.
그래서 탈출했다.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아마 지금도 B는 여전히 늘 하던 대로
동네 독서클럽 서넛쯤은 동시에 가입해 놓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감정노예를 물색하고 있을지 모른다.
조용한 목소리로 걱정하는 척, 조언하는 척하며,
서서히 상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중일지도.

관계가 건강한지 아닌지,
알아내는 건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사람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마음 어딘가 찝찝하고, 나 자신이 부서진 기분이 든다면—
그건 탈출 신호다.
망설이지 마라.
무너지는  쪽에 머무르지 말아라.
미련은 놓고 당당히 걸어 나와라!